지방직 수석에서 국가직 합격까지~
별다른 이력을 내세울 것이 없는 2004년 여름, 뭔가를 해야 했다.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입학하고 싶은 심산으로 영어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일반 회사 해외영업 파트를 지원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외국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토익 점수도 별로 도움이 되어주질 못했다. 그 때, 엄마는 공무원 공부를 준비하라고 명령 아닌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작년 9월 나의 공무원 수험 생활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량진에 있는 고시학원을 들어가지만 난 집에서 가까운 종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이해를 하든 말든 상관없이 칠판에 써주는 것을 받아 적고, 외우라면 외웠다.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2개월 후에 머리 속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지 않은 채, 무작정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단답형식 문제들은 맞아도 내용을 이해해야만 푸는 문제는 전혀 건들지도 못했다.

2개월 후, 내 상태를 다시 돌아봐야했다. 공부의 맛을 약간 봤기 때문에 공부의 방향이 대강 정해지고 있었다. 그 때 공무원 공부에 절대 암기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모든 과목들이 암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이 시험은 중·고등학교 중간 기말고사처럼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눈이나 머리에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는 공부의 원칙 몇 가지를 세웠다.


나만의 공부계획

♤ 공부 일과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
♤ 하루에 다섯 과목을 모두 공부한다.
♤ 단과 수업이 있는 날은 해당과목 공부는 수업으로 대체하고 나머지 과목들에 시간 배분.
♤ 한 과목당 2시간씩 100페이지 보기.
♤ 문제풀이가 병행되는 경우에는 한 시간 이론정리, 한 시간은 문제 풀이와 정리
♤ 오답노트 - 객관식을 풀다가 생소한 지문이 나오면 노트에 적고 수시로 본다.
♤ 책에는 절대 볼펜 사용금지, 다만 중요한 단어 밑에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수험 기간 내내 새벽 5시에 일어난 것 같다. 대신 12시에는 꼭 자려고 노력했다. 밤공부는 잠 때문에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라 새벽 시간을 십분 활용했다. 하루에 5과목을 공부한다는 것이 그다지 쉽지만은 않았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안 되거나 쉬는 시간이 좀 길면 2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 과목의 감을 놓치지 않으려면 매일 한 시간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았다. 단과를 시작한 11월부터 1월까지는 주로 이론에 치중하고 그 후에는 문제풀이로 다지기를 했다.

이론을 공부할 때, 내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 문제를 풀다 보면 4개 지문 중 두 개는 확실하고 두 개가 긴가민가했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사를 공부할 때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각 왕들이 왜 그런 정책을 시행했는지를 따져보았다. 행정학의 경우, 왜 그런 명칭이 붙었는지를 따져보았다. 점증모형이 왜 점증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책임운영기관이 뭘 책임지고 운영을 하는 것인지, 독립규제위원회가 무엇으로부터 독립이며 뭘 규제하는 위원회인지 등…,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왜?’라는 질문을 계속 되물으며 공부했다. 책을 쭉 읽어 내려가면 왠지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문제를 풀면 내가 얼마나 건성으로 읽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니 모든 과목을 공부할 때 '왜?'라는 질문을 언제나 머리 속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4개 지문에서 확실하게 보이는 답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너 달 공부를 하면 점수는 어느 정도 오른다. 자신감도 생기고 다 아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그런데, 이것이 독약이었다. 올 1월 문제풀이반 수업을 들은 후에 나는 수험 슬럼프에 빠졌다. 다 아는 줄 알았는데, 행정학은 50점대, 행정법은 70점대. 점수가 가관이었다. 불과 두세 달 후가 시험인데,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이삼일 정도 공부에 완전 손을 놓은 채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아는 듯 모르는 듯한 상태에서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래서 이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알았다는 생각이 들 때 문제를 풀겠다고 다짐했고, 그 후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고 점수도 점점 나아졌다. 단언컨대, 수험 슬럼프를 겪지 않는 사람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잘 겪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제대로 이겨내지 못했다면 지금 이런 결과는 아마 없을 것이다.


각 과목당 교재선택

각 과목당 수험서는 자신이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고 본다. 따라서 구체적 교재명이나 강사, 저자 표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국어, 영어, 국사는 각 한 권의 교재를 선택했고, 행정학과 행정법은 2권의 교재로 공부했지만 행정법의 경우, 모 강사님의 특강교재도 활용하기도 했다. 이 중 국사, 행정학, 특강교재는 별로 알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국사는 솔직히 어느 책을 보나 다 비슷한 것 같다. 어느 교재를 보던 개인학습이 훨씬 중요하니 말이다.

행정학에서 2권의 교재를 병행한 것은 두 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한 권은 행정학 수험서의 대표일 정도로 손색이 없었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자세하여 처음 행정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자칫 진이 빠질 수가 있는 면이 없이 않았다. 그리고 기출문제가 너무 비슷비슷해서 그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다른 문제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다른 한 권은 개괄적이고 일목요연한 면이 있고 다른 수험서보다 새로운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가장 좋은 점은 각 단원별로 명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최종 정리할 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공부가 어느 정도 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요약적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단점을 안고 있기도 했다. 결국, 양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두 책을 병행한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만큼, 이같은 방법을 하나의 예로써 권하고 싶다.

행정법 역시, 처음에는 모 기본서를 이용했지만 70점대에서 오르지 않았다. 그 후에 이용한 것이 어느 강사님의 문제풀이와 또 다른 강사님 특강 교재였다. 후자의 특강 교재는 학원 자체 교재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론부분을 추려놓았을 뿐 아니라 문제들이 고시에 나온 것만 뽑아 놓은 것이라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전자의 문제풀이책은 다소 난이도가 있는 책이라 공부가 어느 정도 된 다음 풀기에 아주 적당했는데, 이같은 방법 역시 권장하고 싶은 생각이 불연 듯 든다.

최종 4월

4월에 총 4개 시험을 봤다. ○○도, △△도, 국가직, 군무원. 점수는 ○○도에서 83점, △△도 93점, 국가직 91점, 군무원 96점. 결국 ○○도는 떨어지고 나머지는 최종 합격했다. 가장 어렵게 치른 시험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도 시험은 운 좋게도 수석이라는 영광도 얻었다.

드리고 싶은 말

공부를 즐겨야 한다. 솔직히 나는 공부가 재미있었다. 뭔가를 새로 알아간다는 기쁨, 문제 풀고 맞추는 기쁨, 난 그게 즐거웠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떤 단과 과목은 과연 어떤 식으로 가르치실까 기대가 되어 떨린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즐기는 것만큼 성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냥 마음을 조금만 바꾸고, 즐기려고 노력하면 된다.

또 스트레스는 그 주에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중력은 심하게 떨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영화를 보든, 운동을 하든, 술을 마시든(간단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에게 숨 쉴 틈을 주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해서 가끔 공부하는 사람들과 맥주바에 가서 한잔씩 하곤 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자신만 믿으라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절대 하지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은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정말 잘하는 것 같은데 나는 뒤쳐져 있는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나를 슬럼프로 빠트리기 쉽다. 가장 잘하고 있는 건 내 자신이라는 생각, 결국에 성공할 사람이 나라는 생각, 이걸 버리면 안 된다.

맺으며

지금까지 두서없는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시청에 근무하고 있고요. 나중에 국가직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수험생활이 지나면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들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못할 게 없을 것 같다고…’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죠? 이겨내셔서 꼭 이번 하반기에 있는 시험에서는 영광 얻으시길 바랍니다.
by 공무원 | 2006/04/21 13:36 | 공무원 합격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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